나의 화살은 아직도 살아 있다
2009.04.20 15:32
올림픽 사거리
10시 15분 방향으로
할머니 한 분 절름절름 걸어가신다
힘겨운 시간들이 한 쪽 다리를 갉아 먹었는지
관절 어느 부분이 어긋난 것인지
하얀 고무신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길이 출렁 휘어진다
부러지지 않으려 맘껏 휘어져 온 生
남은 나날 지팡이 하나로 거뜬한 듯
계속해서 활시위를 다잡는 할머니
미처 쏘아올리지 못한 활
이역만리까지 가지고 온 이유를
아직도 구부러질 허리춤에 매달고
아슬아슬, 한 발 씩 디디며 과녁을 겨누고 있다
올림픽 행길이 짱짱하게 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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