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2010.01.07 15:30

구자애 조회 수:619 추천:65

그날도 이렇게 흐렸거든요
그도 나를 알고
나도 그를 아는 것처럼
혹은 내가 그를 모르고
그가 나를 모르는 것처럼
구름 속에 못다한 사연 잔뜩 움켜쥐고
여차하면 흩뿌릴 것 같은
운명인가 봐요, 하기엔 너무도 슬픈.

저절로 된 게 어딨냐고요
단순히 저압골의 영향이었다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젖어 있었거든요
감정이 흔들릴수록
빗방울은 굵어지고
밤새 끝내지 못한 이야기,
웅크리고 있는 저 구름사이로
쏟아지고 있는
너무도 익숙해져 낡아버린 말, 말들.

그 때 축축해진 그 말들이 지어준
우비를 추억처럼 끼워입은 난
한방울의 비도 허용할 수 없는데
튀어오른 그가
막무가내로 스며들고
무거워진 우비,
자꾸만 바닥으로 흘러내려요
젖을 것도 없는 내가 흘러내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 박 쥐 구자애 2006.11.15 557
39 부채이야기 구자애 2010.05.14 559
38 다 저녁, 숲에 드네 구자애 2011.10.16 560
37 어덜트 스쿨 구자애 2007.06.13 561
36 피뢰침 구자애 2007.10.07 574
35 인형놀이 구자애 2011.10.21 595
34 척추 세우는 아침 구자애 2010.04.17 600
33 살아내기 5. 구자애 2010.01.05 601
32 문득, 구자애 2010.04.19 611
31 나의 화살은 아직도 살아 있다 구자애 2009.04.20 612
» 또, 비가 구자애 2010.01.07 619
29 깡통이 엎드린 소리 구자애 2006.10.02 622
28 오후에 문득, 구자애 2006.11.18 622
27 느티나무 성전 구자애 2010.06.11 623
26 사랑방식 5 구자애 2011.10.22 630
25 누수 구자애 2007.06.30 633
24 새 벽 구자애 2007.10.09 638
23 환청이 아니었다 구자애 2007.10.23 639
22 캐롤이 있는 밤 [1] 구자애 2011.12.07 645
21 아래층 사람들 구자애 2006.11.24 652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3
전체:
15,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