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아, 왠 욕심이 그리도 많으냐"

2004.04.24 03:50

정찬열 조회 수:445 추천:26

헬렌켈러의 얘기를 기억하시는지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를 이겨낸 Helen Keller의 "The Story of My Life"라는 그 감동적인 얘기를 말입니다.
며칠 전, 다시 헬렌켈러가 쓴 " 내가 3일 동안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이라는 짧은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만일 나에게 3일 동안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우선 나를 가르쳐주신 셜리반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싶다. 첫날은 온종일 Sullivan선생님과 하루를 보내겠다. 그리고 다음날은 햇빛 쏟아지는 푸르름 넘치는 숲 속을 거닐며 나무들이나 이름 없는 들꽃들, 그리고 미풍에 흔들리는 갈대들과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종일토록 거닐며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지막 지는 해가 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아, 하느님께서 나에게 3일동안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신다면.
훨씬 긴 글을 내용만 간추려 보았습니다만, 단 3일 동안만이라도 이 세상을 보고싶다고 말한 이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듣고싶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또 얼마나 간절하겠습니까만, 볼 수 있는 날이 단 3일 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심정을 다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밤,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입니다. 하루를 잘 보살펴 주신 것을 감사하고, 그리고 온 가족 건강 지켜주신 것 감사 드렸습니다. 그리고 욕심이 발동하여 기왕이면 돈도 좀 많이 벌게 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기도에 응답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시몬아,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 너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주마." "아이쿠 주님,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대신, 한 가지만 너로부터 가져가야겠구나". 나는 영문을 모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님".하고 물었습니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를 포기한다면, 내가 대신 너에게 엄청 많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이고 주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 이놈아, 웬 욕심이 그리도 많으냐"하시며 주님께서 제 머리를 쥐어박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깨어나 보니 꿈이었습니다.
헬렌켈러의 글을 읽고 난 다음이라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나보다 하고 생각하면서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주신 것을 온전히 감사 드리지 못하고 자꾸만 무얼 달라고 주님께 떼쓰는 나를 그분이 꿈속에서 나무라셨다고 생각하니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마치 생시인양 말씀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 이놈아, 웬 욕심이 그리도 많으냐".
<2004년 4월 18일자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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