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가 445장을 아십니까

2004.04.24 09:35

정찬열 조회 수:793 추천:21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면 좋아하는 성가 한 두 곡은 있기 마련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힘들거나 외로울 때 듣거나 부르고 싶은 성가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가톨릭 성가 445장을 오랫만에 불러 보았습니다. 이 성가의 1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 /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 그분만을 따릅니다.
많은 성가 중에서 하필 445장을 언급하게 된 사연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성가는 지금부터 십 년도 넘은 어느 날 광주 교도소에서 교수형을 받고 세상을 하직한 어느 사형수가 마지막 순간 불렀던 노래입니다. 엊그제 어느 모임에서 그 당시 교도소 사목을 담당하셨던 분으로부터 본인의 체험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성가의 중요함을 깨닫고 여러분과 함께 느낌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수년간 교도소 사목을 계속해 오시던 그 분께서 교수형을 언도 받고 집행일자만을 기다리는 강 아무개라는 사형수를 소개받아 전도를 하게 되었고, 그 사형수는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얻어 그 분을 대부님으로 모시고 교도소 안에서 영세를 받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로부터 오늘 교수형을 집행하니 참관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그분이 현장에 도착했더니 그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성가 한 곡을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겠냐고 묻더랍니다. 그렇게 하라는 교도관의 승낙을 얻어서 무슨 노래를 부르겠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성가 가톨릭성가 445장을 부르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이렇게 하여 마지막 순간에 사형수 강 베드로는 그의 대부님과 함께 부르고 싶은 성가를 부르면서 서서히 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나를 외면하여도 / 모두가 나를 외면하여도 /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 그분만을 따릅니다
새삼스럽게 저는 이 성가를 되풀이하여 몇 번이고 불러 보면서, 이 가사에 스며있는 의미를 되 새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마지막 하직하는 날 나는 어떤 성가를 불러야 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형수 강 베드로가 성가 445장을 그의 대부님과 함께 부르면서 한 생을 마친 감동적인 얘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 현장을 목격했던 교도관들은 물론 이 얘기를 전해들은 많은 사람이 가톨릭에 입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 베드로는 비록 사형수로서 한 생을 마감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전교를 하면서 한 생을 의미롭게 마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3절을 함께 불러 보실까요. 이 땅 위에서 산다 하여도 / 이 땅 위에서 산다 하여도 / 십자가만을 바라보면서 / 그 분 만을 따르렵니다.
<2004년 4월 18일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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