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위에 앉아서

2003.04.03 10:04

정찬열 조회 수:302 추천:20

요즈음
참말로
부끄러운 일은

바늘 끝 같은 햇살
쓰디쓴 목마름 견디어 내는
한 그루 선인장을 바라보는 일

언듯 부는 한 자락 바람에도 생긋
미소짓는 이슬먹은 아침 장미와
눈을 마주치는 일

풀벌레들의 시린 울음소리 번져가는
티없이 맑은 끝간데 없는 하늘을
부끄러움 모르고 쳐다보는 일

거울 앞에 마주서서 가만히
턱을 만지며 뻔뻔스런

내 얼굴을 생각 없이 바라다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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