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밤

2003.04.03 10:07

정찬열 조회 수:341 추천:20

행여 오려나
종일토록 신작로를 훔쳐보며
반질반질한 토방을 쓸고 또
쓸고 계실 어머님

막차는 떠나고 어둠이 내려오자
어머니 젖무덤 같은 저 산마루에
추석 달이 봉긋이 떠오릅니다

달빛은 뒤뜰 감나무 가지에 가만히 내려앉고
가지는 달빛을 이기지 못해
고향 쪽으로 휘 늘어집니다

나뭇잎을 흔들던 바람도
저녁 이슬에
촉촉이 잦아드는 이 밤

눈 들어 달을 보니
달이 어머님 되고
어머님이 달님이 되시더니

당신은 먼바다 달빛으로 건너와
그림자로 어느새
내 곁에 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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