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1

2004.03.10 03:57

정찬열 조회 수:557 추천:68

오월과 돌멩이의 함수관계를 논함

바닷가를 거닐다 맨들맨들한 돌멩이 하나를 만났다. 발 뿌리가 얼얼하게 힘껏 걷어찼다. 데굴데굴 굴러가던 녀석이 저 만큼 딱 멈춰 서더니 벌떡 일어나 꼿꼿하게 날 노려본다. 나와 돌멩이 사이에 결투가 시작되었다.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녀석을 향해 발을 옮긴다. 어디선가 본듯한 저 얼굴. 까무찹찹하고 표독스런, 저 유들유들한 얼굴. 온몸이 땀으로 홍건히 젖는다. 운명의 시간. 녀석의 반들반들한 대머리 위로 검은빛이 딱 한번 스쳐가면서 번쩍 빛나다. 난, 눈을 잃었다. 졌다. 돌멩이 네가 이겼다. 어느 해 오월처럼.

오늘도 우리 엄니 동구밖에서 날 기다리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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