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2

2004.03.10 04:07

정찬열 조회 수:652 추천:48

돌멩이와 6월에 얽힌 방정식의 해법

해 질 무렵, 개울가 오솔길을 걷다가 돌멩이에 채였다. 무릎이 깨졌다. 박힌 돌멩이가 벌떡 일어나 걷어찼을까. 어느 한쪽이 절단 나지 않고선 끝나지 않을 싸움이야. 시냇물이 촐랑거리며 흘러간다. 오월이 지난 지금도 돌멩이가 살아 날뛰다니. 녀석이 저 만치서 웃고 있다. 저 모습, 세상을 질리게 한 저 음흉한 미소. 그 안에 음모가 숨어있다. 어둠이 서서히 번지다.
큰 일 나겠다. 또 당할 순 없지. 싸우자. 맨손으로 돌멩이와 맞붙었다. 손가락에 피가 흐른다. 거친 숨소리만 골짜기에 가득하다. 한 밤중, 세상은 온통 먹방이다. 마른하늘에 빛이 한 번 번쩍 빛나더니 마침내 뿌리가 뽑혔다. 녀석을 들어내 멀리 던져버렸다. 툭, 자갈밭에 돌멩이 하나 늘었다. 새벽 별이 반짝인다.

어머니, 눈을 뜨세요. 오월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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