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2004.03.18 14:31

정찬열 조회 수:733 추천:58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 집 그릇들은 바쁘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으러
바가지와 찌그러진 양푼
세수대야, 작은 항아리
먼지 낀 양동이까지
모두 나와
빗물을 받아낸다

똑 또독 똑 물방울 소리
좁은 방 안에
가득하다

어느 날
내 육신이 늙고
영혼을 덮은 지붕마저 낡아져
오늘처럼 비가 새는 날이면
누가
바가지나 양푼
세수대야나 작은 항아리가 되어
가슴 에이는 낙숫물을
말없이 저리
받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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