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꼴뚜기

2005.08.18 02:00

정찬열 조회 수:934 추천:40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속담사전을 찾아보니 '변변치 않은 것이 격에 맞지 않게 망신스러운 행동을 함으로써 전체적인 품위를 떨어뜨림을 비유하는 말' 이라고 뜻이 설명되어있다.
  며칠 전, 이곳 오렌지카운티 셰리프국 예비 경관으로 활동하는 태권도 사범 이모씨가 앞서가던 골퍼들과 시비가 붙자 배지를 들이대며 총으로 위협했다는 이유로 센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에 체포되었다. 이씨는 7년 간 오렌지카운티 셰리프국 국장의 개인 무술교관으로 활동했으며 최근 예비경관으로 임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센버나디노카운티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이씨가 친 공이 앞 조 골퍼에 맞을 뻔 하자 앞 조 골퍼가 이 공을 페어웨이 밖으로 쳐내면서 발단이 됐다. 이씨가 골프 카트를 타고 달려와 공을 주워 올 것을 요구했고, 앞 조 일행이 이를 거부하자 경관 배지를 내보이며 총을 꺼내 "내가 누군지 아느냐, 꼼짝 마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했다. 이씨 일행이 만류했지만 "몇 분 후면 경관 500명을 출동시킬 수 있다"며 죽인다고 다시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LA타임즈를 비롯한 주류 메스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덕분에 미주 한인들이 또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미국처럼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나라에선 몇 사람의 잘못으로 한국인들이 싸잡아 욕을 먹을 수 있다. 국내에선 집안 망신으로 그칠 것도 여기서는 한인사회 전체 혹은 나라 망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얼마 전, 매춘 관련된 마사지 팔러 일제 단속 때 다수의 한인이 연행됐다고 떠들썩하더니, 오늘은 플로리다에서 한인이 천6백억원 펀드사기를 치고 한국으로 도망갔다는 뉴스가 들린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고 미주 한인이 2백만이 넘고, 수많은 한국인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인관련 사건 사고가 적지 않으리라 짐작은 된다. 잠깐 머무르는 한인들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도 결국 미국에 뿌리내려 살고있는 한국사람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기 마련이다.
   범죄까지는 안 가더라도 파렴치한 행동으로 전체 한인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도 많다. 한 번은 세콰이어 국립공원 인근 노천온천이 대장균 검출로 폐쇄 됐음에도 불구, 일부 한인들이 몰래 이용하여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밤에 온천욕을 즐긴 뒤, 김치와 라면 같은 음식 찌꺼기를 함부로 버린 때문에 한국인이었음이 발각된 것이다.
  이곳 여행지를 다니다보면 반갑지 않은 한글 안내판들이 이따금 눈에 띈다. 조개가 많다는 피스모 비치엔 "조개를 잡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서있다. 어떤 온천장엔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세요,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세요, 침을 뱉지 마시오" 등의 경고문을 볼 수 있다. 영어와 한글 안내문이 함께 있는 게 아니고 한글로만 쓰여있다. 7년 전, 필자가 알레스카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 곳 놀이터 입구에 "새치기를 하지 마세요"라는 한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영국 런던 거리엔 '음주 운전 금지'라는 한국어 팻말이 시내 도처에 붙어있다고 한다.
  웨스턴 일리노이 대학 허무원 교수의 '미국인의 한국인 인식'이란 논문에 의하면, 인종별 친밀도에 있어서 한국인은 30개 조사대상 인종 중 27위로 나와있다.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 사람 중 꼴찌서 세 번째라는 말이다. 한국인은 준법정신이 박약하며 도덕 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세계 11위의 경제강국임을 자랑하는 한국, 내 세울 것이 참 많은 우리 한국인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소수의 부주의한 행동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 결국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물전을 망신시키는 꼴뚜기들 때문이다.
   오늘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나도 언제 '어물전 꼴뚜기'인 적은 없었는가.
          <2005년 8월17일 광주매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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