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사랑 이야기

2005.11.23 15:44

정찬열 조회 수:579 추천:30

                                          
  
  2년 전쯤 이던가. 한국에서 세 부부 가운데 한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47%로 증가했다고 한다. 두 쌍 중 한 쌍은 이혼을 한다는 얘기다. 정말 그런가. 믿고 싶지 않지만 통계청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한 것이니 믿어야 할 숫자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이혼한 부부들 중 재혼을 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 보았더니 67%가 이혼한 사실을 후회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다. 재혼을 했으니 실패를 거울삼아 행복하게, 보란 듯이 잘 살아가리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다. 재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 기사를 보면서 오래 전 일본에서 있었던 도마뱀 이야기가 생각났다. 동경 올림픽을 준비하던 때의 일이니 30년도 넘은 얘기가 아닐까 싶다. 경기장을 증축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경기장 주변의 민간 가옥을 사들여 헐고 있었다. 그런데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던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도마뱀 한 마리가 도망가지 않고 멀뚱멀뚱 인부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가만히 살펴보니 다리에 못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칫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일을 호기심 많은 작업반장이 일을 중단시키고, 이 사실을 메스콤에 알림으로써 도마뱀은 전 일본에 화제를 몰고 왔다.
  집주인을 불러 물어보니 3년 전 지붕 수리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붕을 수리하던 중 잘못되어 이 도마뱀의 다리에 못이 박히게 되었다면, 그 동안 누군가 이 도마뱀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었어야 하지 않는가. 취재진들은 보이지 않게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현장을 살피기로 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꼬박 이틀을 지켜보고 나서야 비로소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둑어둑한 밤이 되자 주위를 살피던 어떤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와 못에 박힌 도마뱀에게 먹여 주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3년간이나 굶어 죽지 않고 살아오게 된 도마뱀의 비밀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이 장면은 지체 없이 일본 전역에 방영이 되었고, 한 동안 일본열도는 도마뱀의 사랑 이야기로 넘쳤다.
  애틋한 도마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도마뱀보다도 못한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을 결행하기 까진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숫자만큼 가지가지 말 못할 사유도 있을 것이고, 힘든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 안고 이혼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이혼을 결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이혼을 택한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70%가까운 사람이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혼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결정하기 전에,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숙고하고 노력했다면 이혼이라는 막다른 길목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33%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최근에 배우자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는 섬찍한 얘기를 들으면서 이혼 밖에는 달리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폭행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정신적인 학대라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절절한 사연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마뱀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도마뱀 한 마리가 철없는 인간들을 부끄럽게 한다.  
어려울 때 서로 위로해주고, 힘들 때 서로 붙잡아주면서, 인생 고개를 그렇게 구비 구비 함께 손잡고 넘어 가는 게 부부가 아닐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아내가 끓여준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난다. _4월 21일 칼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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