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멋진 골을 넣자

2006.07.04 08:56

정찬열 조회 수:565 추천:16

한국 여자들이 남자들로부터 듣기 싫어하는 얘기는 '군대 이야기' 와 '축구 이야기'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듣는다면 기절하지 않을까.
 아니다. 그건 옛날 얘기다. 축구의 기본 룰조차 모르던 한인 여성들이 TV앞으로 몰려들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한다. 응원에 남녀노소 구분이 없어졌다. 오나가나 축구이야기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열광하게 할까.
 골키퍼가 단단히 지키고 있는 벽. 수비수가 철벽을 치고 있는 그 문을 뚫고 골을 넣은 순간의 희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도 한 판의 월드컵이다. 온갖 노력을 다해 뜻하는 바를 성취 하는 것, 그건 바로 인생의 멋진 골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골을 성공시킨 주인공의 얘기는 월드컵에서 터진 골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
 지난 달, 두 다리가 없는 뉴질랜드 장애인 잉글리스가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보면서 오래전 책갈피에 끼워둔 제이미 엔드류의 스크렙 사진이 생각났다. 노랗게 빛바랜 그 사진을 꺼내 다시 보았다.
 2000 년 6월에 발행된 신문 사진에는 '손발 잃은 산악인 영국 최고봉 등정'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 아래 이렇게 설명이 되어있었다. '등반 사고로 손과 발 모두를 잃었던 제이미 엔드루(31세)가 18일 양 팔뚝에 연결한 지팡이와 의족에 의지해 1,460m인 영국 최고봉 벤네비스 산 정상에 올라서고 있다.'
 잘려나간 발 대신에 의족을 붙이고 잘린 팔 대신 부착된 두 개의 지팡이에 의지해 정상에 오르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사고 직후 두 팔 두 다리가 몽땅 없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얼마나 절망했을까. 아픔을 극복하고 일어서기까지 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의족과 의수를 끼고 일어나 걷기 시작하면서 그는 몇 번이고 넘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면 이를 악물고 또 다시 기를 쓰고 일어나 연습을 계속하여 비로소 산 정상을 그 밟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저렇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만약 저 사람처럼 손과 발을 몽땅 잃어버린 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불가능 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 도전하려고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좌절하지 않고 저렇게 벌떡 일어나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에게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었을 것 같다.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고서 그렇게 힘든 일을 성취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크건 작건 핸디캡을 가지고 살아간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비롯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골을 넣기 위해 수비수라는 장애물과 골키퍼라는 벽을 넘어야 하듯 크고 작은 장애물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라는 골을 넣을 수가 없을 것이다.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반드시 예선을 통과해야 하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멋진 골을 위해서는 우리 앞에 작은 장애물을 극복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큰 장애물을 뛰어넘는 지혜를 배우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월드컵 골인 순간의 멋진 사진들을 보면서 즐긴다. 나는 오려놓은 엔드류의 신문 스크렙을 이따끔 꺼내보곤 한다. 때로 그가 나를 꾸짖는 것 같다. 생면부지인 그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한다.
 작은 대회에서 골을 넣다보면 큰 대회에서도 자신 있게 골을 차 넣을 수 있듯이, 인생이라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기 위해서는 매월 혹은 매년 작은 목표를 세워 골을 넣어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못할 게 무엇인가.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선수가 되는 것. 골을 넣자. 내 인생의 월드컵에서 골문의 그물망이 철렁하도록 멋진 골을 넣어보자. <2006년 6월 7일 광주매일>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30,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