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를 해외국민표가 좌우한다?

2007.07.17 05:46

정찬열 조회 수:385 추천:31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해외 동포들의 표가 좌지우지 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선거 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본국의 메스콤에서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고, 이곳 미국 현지의 여론도 대체로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정말 그럴까.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내년 12월말까지를 시한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도록 했으니 재외국민의 투표권은 원칙적으로 확보된 셈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 세계 재외국민은 외국 시민권자를 포함해 약 700만명이다. 이중 투표권을 얻게 되는 영주권자와 유학생.주재원 등 단기체류자를 합한 유권자 총수는 285만명으로 집계됐다.  
  미주에는 200만이 넘는 한인이 살고 있다. 이 중 투표자 수는 최대 8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15대(1997년)와 16대(2002년) 대선 때 각각 39만표와 57만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할때 '미주한인 표'만으로도 대권 후보의 향방을 가르는 메가톤급 위력을 갖고 있는 셈이 된다.
  재외국민의 표가 국내선거에 어느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외국의 선례를 보자.
  미국에 사는 많은 멕시코 인들에게 본국 선거의 투표권을 얻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2005년 멕시코 정부는 이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고 2006년 7월 대선에서 처음 투표를 하게 되었다.
  총유권자 3,000여만 명이 참가하는 멕시코 선거에 투표 자격이 있는 미국 내 멕시코인을 1,100만명으로 추산하면, 이 중 절반만 참여해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투표에 필요한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은 3만5,700명에 불과했고, 실제 투표를 한 사람은 그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참가자 수가 형편없이 줄어든 것은 멕시코 투표법이 92년 이전 이주자는 멕시코로 가 예비 등록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쁜 처지에 일부러 유권자 예비 등록을 하러 멕시코까지 갈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해외국민에게 참정권을 허용했다. 해외거주 일본인은 101만 3천명이며 이중 유권자는 76만 정도다. 그런데 올해 선거에 등록을 마친 유권자는 12.7%에 불과 했다. 이중에 실제로 표를 던진 사람이 또 얼마나 될 것인지 추산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해외 일본인의 편의를 돕기 위해 일본 영사관을 통해, 또는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럼에도 이처럼 등록율이 저조했다는 것은 해외 일본인 중 국내 정치에 표를 던질 정도로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증거다.
   일본보다 먼저 해외 거주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온 대만은 귀국해서 투표하는 사람에게만 유권자 자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면 수천 명의 미국 내 대만인이 본국으로 돌아가지만 이것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과연 메스콤이 예측하는 것처럼 재외 한인들의 표가 선거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인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흥밋거리다. 재외 한인들이 편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법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결국 선거법이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따라, 그리고 해외 유권자들이 본국 정치에 어느만큼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웃 나라의 선례들이 말해주고 있다. <2007년 7월 18일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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