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문 안 그림

2003.10.21 04:38

정어빙 조회 수:425 추천:31

조심스럽게 싸리문을 밀치면
삐이걱
울음이 터져 나온다
돌아온 탕자를 안은 아버지의 외침이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바람은
너덜거리는 짚신발인가보다
가을에만 나는
이삭 밟히는 소리
금새 울안을 가득 채운다

세상이 돌아가며 내는 미친 소리는
뒷산 암자 처마 끝에 걸려 대롱이고
소돔의 황금빛 나뭇잎들은
하늘을 가르는 첨탑을 맴돌며
바스락 바스락 유혹을 하지만

싸리문 안에서는
목화 솜에 싸여있는 부유들이
잃었던 얼굴을 보듬고
바람을 맞는다
싸리문을 들어서는
바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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