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하

2004.10.11 04:03

장효정 조회 수:859 추천:51

       빙 하 (氷 河)

                          장 효 정



터질 듯 팽창한 고독을
안으로 안으로 채칙질하며 흐르다
얼어 붙은 강

쩡 가슴을 쪼개어
무참히 속살 드러낸 아득한 틈서리엔
차디찬 눈물, 비취빛 강물
차고 흰 공기만이 순간을 휘젖고 있을뿐

숨막히는 적막 견디지 못해
수수억년 켜켜히 쌓아온 눈덩이
빙하기의 어둠과 낡은 시간들을 잘라 내며

우르릉 쾅쾅 무너져 내린다
우주의 세월이 쏟아져 내린다

옥빛 고은 물감을 풀어내며 흘러가는
저 눈부신 고독의 덩어리 빙산들
무한한 우주공간으로 증발해
별이 되는 꿈을 꾸는가




                                           (알라스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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