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 고추만한 것 잡고 기념사진 찍는 거 보이 진짜 고등어 잡으면 비디오 돌리것네, ㅋㅋㅋ.
>슬프고 슬픈 것은 그 애 이름도 그래요.
>고등어, 참치, 미꾸라지, 쏘가리, 메기, 뱀장어
>상어, 잉어, 고래, .... 이런 이름 다 놔두고 '은어'라는
>여리고 여린 이름을 가진 그 예쁜 애를 옆구리를 훌치기해서
>그것도 튀겨 잡수시다니요.
>그렇지만 터널공사를 워낙 무섭게 하신 탓인지 야위어 보이심으로
>몸보신의 필요가 있으실 것 같아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산사나이 손에 투신한 은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시에라(애리조나의 새도나로 정정합니다)에서 몰고 온 '기'에 끌려 나온 것은 아닌지요.
>아직도 그런 순진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장소가 우리 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습니다.
>파리도 뺀질거리는 이 세상에- 전 파리채를 들고도 번번히 실패합니다-
>드문 소식입니다.
>나마님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그리 많이 하셔서 발닿는 곳마다
>먹거리요, 손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일들입니까?
>저도 아주 아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발길도 묶이고 손길도
>자승자박할 때가 많으니 아직도 무림으로 나가기에는 도력이
>부족한가 싶군요. 그리고 겉모양이 어수룩해보이는 고수들이 많아서
>조심스럽구요. 원래 고수들은 그렇지요?
>하여 어찌 그들을 분별하겠습니까.
>그저 고수들이 맞붙어 패권 다툼이 일어날 때서야 알아볼 따름.
>속히 내려 오시어 암수를 써서 방주의 자리에 앉으려는 무리가 있다면
>한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동방완패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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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 니 닮아 멍청한 은어
>>
>>
>>나는 오래 전부터 울릉도 물이 한국에선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다.
>>화산섬이므로 자연적 정수 과정을 거쳤고 환경이 좋아 서였다. 바다 가운데 있어 공해와는 무관하며, 미네랄 풍부한 물이라고 그들이 그렇게 주장했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이 과히 틀리지 않았는지 대한항공은 제주도 삼다수라는 물을 생수로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화산이기 때문에 그 물 맛이 좋다는 말이다.
>>
>>다만 화산섬의 물은 물귀신인지 흘러야 할 개울이 물 마른 건천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육지처럼 물 철철 넘치는 개울 구경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서귀포시 남단에 위치한 강정천과, 악근천은 한라산의 천연 암반수가 사시사철 흐른다 했다. 풍부한 수량이 있는 곳이며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은어가 회귀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하여 이곳의 은어는 육지의 은어와 오랜 시간 교류가 단절되어 있어, 토종 은어로 불린다고 썰을 풀었다.
>>
>>은어라...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고 1급수에만 사는 귀족 어종이니 소주 안주로는 그만 일 터. 악근천을 통과하는 다리 밑엔 과연 물이 맑았고 차가웠으며 바다가 지척으로 보였다.
>>당연히 이 목 좋은 곳에 상술이 없을 리 없었고, 또 당연히 은어튀김과 소주가 상위에 올랐다.
>>
>>쭈타~ 신선이 따로 없네~ 어쩌고 저쩌고 술잔을 기우리며 가만히 보니까 이건 완전히 김삿갓 대동강 물 팔아 묵는 꼴이네. 이곳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한다는 한철 장사는 원가가 별로 안 드는 대동강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원한 개울물도 제 것이 아니고, 우리 안주감으로 올라오는 은어도 제 것이 아니었다.
>>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에서 본 듯 한 풍경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던져 넣는 낚시 줄이 물방울과 함께 햇빛에 막막한 역동성으로 살아났다. 뭐 그거야 멋진 그림이지만 놀랍게도 거기에 은어가 걸려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사람들은 낚시로 악근천에서 은어를 건져 올려 대동강 물처럼 공짜로 튀겨 내고 있었다.
>>
>>낚시에는 물고기를 유인 할 미끼도 없었다.
>>제주도 시골 은어라 그런지, 아니면 부부 싸움 끝에 몸 받쳐 자살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거... 웃기는 짬뽕이네라고 생각 드는 순간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슬그머니 일어나 그들의 빈 낚시 대를 집어 들었다. 평생 낚시와는 인연이 없었기에 그냥 흉내만 내 보리라.
>>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처럼 폼을 잡으며 휘리릭 낚시를 던져 개울물에 넣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사르르 물로 들어 갈 낚시 줄이 안보였다.
>>너무 세게 던져 우주선 맹쿠로 대기권을 벋어 났나? 손으로 눈부신 태양을 피해 우주를 쳐다봤으나 결론은 흐흐... 폼이 너무 좋아 내 티셔츠에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폼생폼사이니 기막히고 우아한 동작으로 휘리릭 낚시를 개울물에 던져 넣었다.
>>
>>앗!
>>큰일이 벌어졌다.
>>멍청한 무엇인가가 걸려 든 것이다.
>>이건 사건이닷!
>>치켜올린 낚시에는 놀랍게도 은어 한 마리가 대롱거리며 달려 있었다.
>>순간 묘한 느낌이 왔다.
>>
>>낚시하는 분들을 볼 때, 특히 애드워드처럼 뚱뚱한 분들이 종일 물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며 속으로 나는 웃었었다.
>>"애구... 저 덩치에 그 조그마한 물괴기 한 마리 꼬셔 먹으려 저 짓을 하냐. 차라리 굶던지 사 먹고 말지. 역시 산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발상이었어. 살생도 안 하니까."
>>
>>그런데!
>>이상한 낚시 초보에게 걸린, 역시 이상한 은어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이 손맛에 낚시꾼들이 삼매에 빠지는 것 같았고, 기다리는 걸 알 것 같았으며, 마누라 일요 과부 만드는 것을 순간적으로 이해하게 된 듯 싶었다.
>>역시 돈오돈수라고 깨우치는 건 한방이다.
>>
>>그러나 나는 장난이었지만 은어에겐 하나뿐인 생명이 걸렸다.
>>내 호들갑스러운 고함 소리에 동료 사진기 플래쉬가 번쩍 터졌고, 은어는 마지막 영정 사진을 찍혔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처럼 사투를 벌려 잡은 은어는 아니었지만, 나는 충분히 자랑스러웠고 내 눈에 그 은어는 고래...이건 좀 너무했고, 상어... 이것도 좀 그렇고, 고등어 만하게 보였다.
>>
>>"형님 그건 교통사고예요. 은어의 교통사고."
>>이런 제길, 내 솜씨의 칭찬 대신 은어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그러서 자세히 보니 은어 입에 낚시가 걸린게 아니라 마리린 몬로 닮은 늘씬한 옆구리였다.
>>소위 훌치기라는 기법의 낚시인데 은어가 올라오는 계절에 빈 낚시를 넣고 툭-툭 쳐주기만 하면, 영역 싸움을 하는 은어의 성질상 제 몸 부딧쳐 오다가 그 낚시에 걸린다는 말이었다.
>>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그러므로 첫 번째 만난 내 사랑하는 귀한 은어의 죽음을 우리는 뱃속에 묻었다.
>>
>>은어가 고등어 크기였다는 말 잊어 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