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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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re] 하늘 호수

2006.10.11 00:16

최영숙 조회 수:280 추천:52

여기는 정확히 해발 1560m, 과테말라 국경과 인접해 있는
멕시코 남단입니다.
나마님이 다니셨던 곳에 비하면 언덕에 불과하지요.
그래도 전 이곳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직도
늘어지고 가끔 숨이 차 오르기도 해요.
아침이면 맞은 편 산자락에 걸려있는 구름이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희 센터 뒷편에는 마야인들의 수수한 템플이 있어요.
사람을 제사 지냈다는 피라밋이 그곳에 있지요.
사람의 가슴을 갈라서 심장을 꺼내는 제사장이
따로 있었는데 평민들은 그를 아주 두려워했겠지요.
그 제단을 바라보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제물이 되면 내세에 귀족이나 왕족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운동경기에서 죽어라고 이겼다는 군요.
이긴 팀의 주장이 제물이 되기 때문이래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요?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삶을 그 제단 위에 서서
생각해 보면 무너진 제단의 쇠락만큼이나 쓸쓸해지지요.
정말 너무 짧기도 하고 너무 무의미한 시간 같기도 하고
아님 그래서 너무 길고 의미심장한 인생 이기도 한지도
모르는 이 알쏭달쏭한 게임에 정답이 그렇다면
너무 가슴 쓰리지요......
여기도 그만 못하겠지만 59개나 되는 분화구가 있다는데
전 딱 두개만 가 봤어요.
거길 뗏목을 타고 관광을 한다는데 전 하나밖에 없는
목숨에 연연하여 아직 도전을 못했습니다만,
사실 물빛이 새파랗다 못해 섬찟할 정도여서 발을
못들여 놓겠더군요. 게다가 거기서 빠지면 깊이가
백미터라는데 아래가 다른 곳하고 터널처럼 연결이
되어서 시체가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이 된다잖아요.
매일의 생활이 이처럼 다른 문화와 가까와지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넘는 기차는 아마 남미에
있는가봐요. 저희는 중미, 그러니까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허리 잘록해지는 지점입니다.
서쪽으로는 유카탄 반도가 있지요.
1905년 애니깽이라는 선인장 농장에 고용계약으로 오신 분
들의 애환이 깔려 있는 그곳, 지금은 거의 4대가 지나버려서
거의가 한국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 후예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어요.
그 중에서 저희 학교에 장씨, 강씨, 최씨 후예들 네 명을
데려왔습니다.
동쪽으로는 태평양이고요.
나마님, 건강하시고. 저희도 조만간 안데스를 넘을 생각
입니다. 지난 주에는 과테말라를 다녀왔어요. 그냥 이웃
마을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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