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0
전체:
43,635

이달의 작가

자랑스런 엘 떼리

2006.12.10 01:32

최영숙 조회 수:297 추천:42

전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주인을 찾아서 그 집에다 먹이를 배달해 주면 어떻겠느냐고요. 어차피 음식 찌꺼기도 많이 나오는데.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하길래 마침 사르비아 마을에서 온 인부에게 물어보았어요.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개 주인이 이사를 했다네요. 개들을 버리고 혼자 이사를 가다니...... 이젠 여기가 걔네들 집이라는 거예요.  녀석들이 오갈 데가 없어서 이곳 마당에서 밤을 샜나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이웃 사람들 집을  기웃거리면서 잠자리를 해결하는지도 모르지요. 다행히 며칠 뒤에 한 인부가 나섰습니다. 자기가 데려 가겠다나요. 집도 쓰레기 소각장 옆이라는 거예요. 멀기 때문에 녀석들이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얘기지요. 보고 싶으면 차를 타고 가야 되는 거리라니 전 낙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녀석들 목걸이를 사왔습니다. 리쉬도 사왔지요.
목걸이는 빨간 색 밖에 없더군요. 하나씩 목에 매어 주는데 또비는 얼마나 싫어하는지 삼십분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습니다. 반항하는 거지요. 옆으로 가서 말을 시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끼에로는 그게 무슨 훈장인 줄 아는 모양이예요. 머리를 디밀고 목걸이를 받으려고 애를 씁니다. 떼리는 온 몸이 긴장으로 뻣뻣해 있습니다. 웬일인지 보리는 나타나질 않습니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더군요.
우선 데려 갈 젊은이를 시켜서 밥을 주게 하고 쓰다듬어 주라고 했습니다. 사흘 후, 제가 없는 사이에  먼저 떼리를 데려 가려고 목에 끈을 길게 매어서 트럭에 실었답니다. 그리고는 트럭 위에 실려 있던 쓰레기통에 묶어 놓았는데 입으로 끈을 물어뜯고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 내려 탈출한 거예요. 그리고 바보 같이 도로 돌아왔어요. 자랑스러운 '엘 떼리!' 이제 어떻게 보내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뵌것 같아요. 오연희 2006.12.23 337
172 성탄절의 축복을- 박영호 2006.12.18 233
» 자랑스런 엘 떼리 최영숙 2006.12.10 297
170 [re]이상한 국수 최영숙 2006.12.08 449
169 자장면 곱배기 나마스테 2006.12.07 466
168 회람 이용우 2006.12.06 214
167 미안한 마음에 이용우 2006.11.26 512
166 끼에로는 대장입니다. 최영숙 2006.11.14 408
165 [re] 늦국화 배달 최영숙 2006.11.09 241
164 늦국화 배달 박영호 2006.11.08 315
163 두울 선생님 최영숙 2006.11.06 243
162 마야 템플입니다. file 최영숙 2006.11.03 289
161 "또비" 얘기를 안 할 수 없군요. 최영숙 2006.11.02 251
160 [re] 하늘 호수 최영숙 2006.10.11 280
159 하늘 호수 나마스테 2006.10.10 297
158 "떼리"를 소개합니다. 최영숙 2006.09.21 250
157 양해 이성열 2006.09.06 267
156 고향(2) 박영호 2006.08.22 312
155 '보리'를 소개합니다. 최영숙 2006.08.03 425
154 꼬미딴, 치아파스, 멕시코 최영숙 2006.07.20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