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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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에필로그(강아지 씨리즈)

2007.01.07 13:48

최영숙 조회 수:232 추천:50

납치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떼리는 물론 다른 녀석들도 영 나타나질 않습니다. 생각만해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얼마나 놀랬을까.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다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르비아로 나 있는 오솔길을 살핍니다. 혹시 예전처럼 풀숲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한 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병 나겠다.
보다못해 남편이 나섰습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음식을 비닐 봉투에 싸들고 차를 끌고 사르비아 마을로 갔습니다. 마을은 보기보다 컸습니다. 우선 동네를 바깥 쪽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개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개들만 보면 이름을 불러 봅니다.
혹시 저 녀석들 친구는 아닌가, 그러면 혹시 데리고 올지도 몰라.
남편은 제 말이 기가막힌지 대꾸도 안하고 앞만 바라보고 천천히 골목길을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못 찾을 것 같습니다. 집들이 너무 흩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동네를 몇바퀴 돌았는지 모릅니다.
이제 그만 가지.
남편이 먼저 기운이 빠져서 차를 돌립니다. 어느새 어스름 해가 기울어 갑니다. 어느 골목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길이 울퉁불퉁 거려서 빨리 달리지 못할 지경입니다. 게다가 개들이 길 복판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저기도 한마리 나와 있네.
남편이 속도를 늦췄습니다. 그 길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꺾는 남편의 팔 틈새로 저는 뭔가를 보았습니다.
아, 떼리의 빨간 목걸이였어요. 선명한 붉은 색 그 목걸이를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
정신없이 떼리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어요. 그러자 그 뒤를 좇아 끼에로, 보리, 또비가 뛰어 옵니다.  조그만 목조 가옥에서 키가 자그마한 여인이 내다봅니다. 떼리를 부릅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아주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여인의 집에는 끼에로와 떼리가 살고 그 여인의 딸이 또비의 주인이고 세 골목 떨어진 이웃에 보리가 살고 있습니다.  끼에로의 본래 이름은 까넬로이고 보리는 다이소랍니다. 네 강아지 내 강아지 할 것 없이 모두 주인처럼 돌보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말이 없었습니다.
개가 사람보다 더 깨끗해.
그랬습니다. 떼리 집, 손녀 딸은 기저귀를 차지 않아서 팔에 안았을 때 축축하고 지린내가 났습니다.  50대의 떼리 엄마는 척추뼈가 구부러져 가고 있구요, 그 집 남편, 힐베르토는 4년 째 장출혈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걸어서 사르비아를 갑니다. 배낭에 강아지 밥과 아이들 과자, 쵸콜렛, 옷가지, 비타민, 약품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 갑니다. 걸어서 왕복 한시간 반 가량 걸리지요. 네 마리 강아지도 보고 힐베르토 가족도 만납니다. 골목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나지요.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듭니다. 예쁜 개들도 있습니다. 잘 생긴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세상에서 떼리, 또비, 보리, 끼에로, 네 녀석들이 최고입니다. 제가 들고가는 밥 보따리에 관심이 더 많은 녀석들이지만 제게는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힐베르토 가족도 만나게 해주고 추수 끝난 옥수수 밭을 지나 산 언덕을 넘어갈 구실도 마련해 주었으니까요. 제 키를 넘는 들풀 사이를 지나다보면 시인 아닌 사람도 시인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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