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오늘:
9
어제:
0
전체:
43,644

이달의 작가

제인에게....

2008.07.21 00:34

최영숙 조회 수:350 추천:59

아무도 그대 소식 전해 주지 않았지만 어디에서고
잘 지내고 있으려니 생각해.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
멕시코 생활을 접고 와서 글쓰기에만 전념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머피의 법칙이 끝내 내 발목을 잡네.
멕시코 공동체 생활보다 더 바쁜 일상으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 양쪽에서 붙들어 주는 줄넘기 할때
속도를 따라잡아야만 안전하게 그 속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뛸 수 있잖아.
꼭 그런거야. 많이 무거워져서 발이 잘 움직여 주질
않는 바람에 자꾸 걸린다.
자주 생각하지. 하와이, 데스벨리, 그리고 산불로
비행기 못 뜨던 날 먹었던 짜장면.... 하동땅 불놀이.
쌍계사 앞길, 환장하게 흐드려졌던 벚꽃(영처리 오빠
표현이었던가....) 그 아래에서 꽃그늘졌던 우리들의
세월먹은 얼굴들. 성열 선배 밭고랑에 넘어져
갈비뼈 다치고....
그냥 아악 소리지르며 떨궈 버리고 싶었어.    
터져 버리고 싶었는데, 나는 너무 오랫동안 참고
견뎌 오지 않았나 싶더라고.

돌아와서 지금도 여전히 열무김치에 냉면 말아서
식구들 먹이고 해물 파전 부치고
아픈 사람 위해서 녹두죽 쑤고.
한국에서 귀한 손님 오신다해서 페인트 칠하고,
강아지 이빨 닦아주고,
뒷마당을 덮고 있는 클로버 잡아 뜯고.
그리고 깊은 밤에서야 책상 앞에 앉아서
무엇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한자씩 써 내려 가지....
이건 프로의 삶이 아니야 하면서도 여전히 또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어.
하지만 그대는 삶 자체가 문학이 아니었나.
그렇게 치열하게 붙들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현실의 삶도 야무지면서 꼭 포플라 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는 연처럼 속타게 하네.
손도 닫지 않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처럼 애타게 하는 연 같애.

건강하지?
그래, 그대가 남긴 작품들 그래도 가끔 들여다
보면서 고개를 끄덕여.....
조금씩 달라져간 모습을 발견하니까.
이제는 더 달라져 있겠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외로웠을테니까.  
잘 이겨내길 바라며.....
문득 겨울날, 시청 앞에서 스케이트 탄다고
보낸 편지 생각나네. 그때 홋카이도에서 눈구경
하고 난 뒤였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