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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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음지와 양지

2009.06.22 08:04

최영숙 조회 수:294 추천:52

몇년 전, 데이지 씨를 뿌렸다가 싹이 올라오질 않아서 실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데이지를 키워 보리라고 단단하게 맘을 먹었지요. 덮개가 있는 모판도 사고,싹을 틔우는 보드라운 흙도 샀습니다. 샤스타 데이지, 꽃이 크고 키도 큰 데이지가 좋지 않은가요. 씨를 뿌린 다음, 실내에다 두라는 설명서대로 집안에 두고 매일 들여다 보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드디어 싹이 올라왔습니다. 어느 날, 새싹들이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안해! 아침 햇살 아래에다 녀석들을 내려 놓으며 말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궁금해서 나가 보았더니.... 녀석들은 모두 몸을 눕힌 채 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밖에 있는 화분 속에서 싹이 솟아 올랐습니다. 씨가 남아서 화분 흙에 아무렇게나 버무려 놓고는 잊고 있었는데.... 물주기는 커녕, 눈길 한 번 안 주었지요. 대낮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녀석들이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데이지는 이렇게 저를 찾아와 주었습니다. 본잎이 나온 녀석들이, 요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젖은 땅에만 적응이 되었는지, 마른 날이면 곧 시들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초조해집니다. 얼마 안 있으면 꽃밭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어린 것들이 너무 애잔해서 붙들고 있다가는 올해도 영 데이지 꽃을 보기는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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