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지지 않을 큰 별 고원 시인 (1925-2008)

2008.01.24 16:46

서용덕 조회 수:541 추천:32

추도의 글

영원히 지지 않을 큰 별

고 원 시인(1925-2008)


존경하는 고원 선생님께서 이제 하늘 나라로 떠나십니다. 50여 년 전 선생님이 낸 첫 번째 시집의 제목처럼 '시간표 없는 정거장'에서 만나는 기쁨을 함께 나누었고 또 헤어지는 아픔을 겪습니다. 이 혼란한 시대에 우리의 갈 길을 늘 제시해 주시던 위대한 스승을 잃은 상실감과 비통함이 사무칩니다.

저는 글마루에서 최근까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외람되게 선생님의 제자라고 감히 자칭하고 있습니다. 글마루에 처음 나갔을 때 배운 교재가 '채근담'이었습니다. 창작이론이 아닌 중국 격언집을 가르치시는 것이 의아하게 느꼈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한 개의 문장은 한 개의 아이디어를 가져야 하고 한 개의 문단은 한 개의 주제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창작 기초 이론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먼저 해야 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야 입에 발린 미사여구가 아니라 살아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가까이서 뵌 선생님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각 나라의 문학와 신화까지 모르시는 것이 없는 박학다식한 분이었습니다. 그 학문적 깊이나 넓이 문학적 경륜으로 보자면 저는 감히 선생님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격식보다는 자유스러운 정신과 겸손함이 몸에 배인 선생님께서는 너그러운 웃음과 유머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가르침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 한 예로 선생님은 우리 제자들에게도 꼭 무슨 선생이라고 부르시곤 하셨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김 선생 먼저 갈 게 천천히 오세요'하고 웃으실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인품으로 말씀으로 글로 강연으로 선생님은 미주 한인사회에 큰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선생님을 우리 곁에 계속 계시게 해서 수시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순응해야 할 천국의 섭리가 있어서 북받치는 슬픔을 누르고 선생님을 떠나 보냅니다.

비록 선생님은 떠나시지만 선생님이 주신 큰 가르침과 아름다운 문학 작품은 우리들 가슴에 북극성처럼 살아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감동을 나누는 사람이 먼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김동찬

미주한국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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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영전에


새벽 등산길에
비가 내립니다
어제 아침
우리 함께 살던 이승
홀연히 떠나신 선생님을
생각하며 산을 오릅니다

선생님
이승과 저승길은
한발자국 차이랍니다
이승에서 일하다 저승에 가서 쉬는 곳
그렇게 훌쩍 징검다리 건너가십니까

이곳에 계신 82년
철들어 시에만 매달린 세월
우리를 글마루 모이게 하신 21년
문학에 눈뜬 우리들이
선생님 가시는 길에 이렇게 머리 숙였습니다

조국을 등지고 나와 떠돌던 이국
50년 생활이 어찌 순탄하였겠습니까
삼중고 속에서도 항시 고고하시던 선생님
우리와 함께 한 삶이 보람이었습니다

선생님
올 봄 랭케스터 들녘
파피꽃 만발하면 한번 다녀가십시요
사랑하시던 영아가 뒤뜰에
아름답게 가꾼 꽃들도 자주 봐주십시요

이승의 모든 것 이제 잊으시고
편히 쉬십시요

최석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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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주중앙일보 엘에이 <입력일자: 1월24일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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