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의 비결 / 정민
2008.06.12 14:00
아첨의 비결
수필가 .정민
옛날 어떤 사람이 병들어 아내에게 약을 달이게 하였는데,
어떤때는 많고 어떤때는 적어, 양이 일정치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첩에게 약을 달이게 하였다.
첩이 달여 오는 약은 늘 일정 하였다.
그는 기뻐하며 첩이 더욱 사랑하였다.
어느 날 첩이 약을 달이는 모습을 살짝 엿 보았더니 많으면 땅에 쏟고,
적으면 물을 타는 것이었다.
이것이 첩의 약이 늘 일정한 양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마상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물을 타서일정하게 한 첩의 약과,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내 논 본처의 약중 어느 것이 약효가 있었을까. 그런데도 그는 겉으로 드러난 약의 양만 보고 첩을 더욱 사랑하였다.
연암은계속해서 윗사람에게 환심을 사는 아첨의 비결을 말한다.
아첨에는 세 단계가 있다.
가장 으뜸가는 상첨上諂은 몸가짐을 신중히 하고 얼굴빛을 바로하여 말을 삼가며,
명리에 욕심이 없고 교유에 뜻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여 상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 다음 중첨中諂은 비위에 맞는 말만 골라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시하고, 그 틈을 잘 타서 자기 뜻을 전하는 것이다.
가장 천박한 하첨下諂은 신발이 닳고 자리가 해지도록 입만 쳐다보고 낯빛을 살피면서, 하는 말마다 옳다고 하고 하는 일마다 훌륭하다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가장 고단수의 아첨은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하면서
역으로 상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하수의 아첨은 노골적으로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하첨의 경우, 처음에는 듣기 좋아하다가도 나중에는 싫증이내서
상대방을 천박하게 여기게 되고 종내는 ‘저자가 놀리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세의 목적으로 ‘아첨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비법이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신의 속셈을 감추면 감출수록 아첨의 등급이 올라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하첨의 방법이 성공하고 먹혀들어간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세상에는 속이 훤히 다 들여다뵈는 아첨배와 모리배로 들 끓는다.
오히려 고차원의 상첨이 멋있게 보일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서 아첨의 길을 버리고 우직하게 제자리를지키는 사람은 혼자 외돌토리 바보가 되기 쉽다.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고 적응력도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아첨배들의 발길에 짓밟히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직한 본처보다 교활한 애첩이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본처의 진실은 알아줄 안목 있는 남편도 없으니, 애첩이 본처를 몰아내고
급기야는 집안을 다 말아먹는 사태로 번지게 될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경우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세상에는 그럴듯한 겉모양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썩지 않는 곳이 없고 곪지 않는 데가 없다.
일신의 영달과 보신만을 생각하는 자들이 행세하는 이 세상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본처의 우직스러움은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옮긴이
만년설의 하얀 샘물
설천올림
수필가 .정민
옛날 어떤 사람이 병들어 아내에게 약을 달이게 하였는데,
어떤때는 많고 어떤때는 적어, 양이 일정치 않았다.
화가 난 그는 첩에게 약을 달이게 하였다.
첩이 달여 오는 약은 늘 일정 하였다.
그는 기뻐하며 첩이 더욱 사랑하였다.
어느 날 첩이 약을 달이는 모습을 살짝 엿 보았더니 많으면 땅에 쏟고,
적으면 물을 타는 것이었다.
이것이 첩의 약이 늘 일정한 양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마상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물을 타서일정하게 한 첩의 약과,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내 논 본처의 약중 어느 것이 약효가 있었을까. 그런데도 그는 겉으로 드러난 약의 양만 보고 첩을 더욱 사랑하였다.
연암은계속해서 윗사람에게 환심을 사는 아첨의 비결을 말한다.
아첨에는 세 단계가 있다.
가장 으뜸가는 상첨上諂은 몸가짐을 신중히 하고 얼굴빛을 바로하여 말을 삼가며,
명리에 욕심이 없고 교유에 뜻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여 상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 다음 중첨中諂은 비위에 맞는 말만 골라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시하고, 그 틈을 잘 타서 자기 뜻을 전하는 것이다.
가장 천박한 하첨下諂은 신발이 닳고 자리가 해지도록 입만 쳐다보고 낯빛을 살피면서, 하는 말마다 옳다고 하고 하는 일마다 훌륭하다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가장 고단수의 아첨은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하면서
역으로 상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반대로 하수의 아첨은 노골적으로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하첨의 경우, 처음에는 듣기 좋아하다가도 나중에는 싫증이내서
상대방을 천박하게 여기게 되고 종내는 ‘저자가 놀리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세의 목적으로 ‘아첨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비법이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신의 속셈을 감추면 감출수록 아첨의 등급이 올라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하첨의 방법이 성공하고 먹혀들어간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세상에는 속이 훤히 다 들여다뵈는 아첨배와 모리배로 들 끓는다.
오히려 고차원의 상첨이 멋있게 보일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서 아첨의 길을 버리고 우직하게 제자리를지키는 사람은 혼자 외돌토리 바보가 되기 쉽다.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고 적응력도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아첨배들의 발길에 짓밟히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직한 본처보다 교활한 애첩이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
본처의 진실은 알아줄 안목 있는 남편도 없으니, 애첩이 본처를 몰아내고
급기야는 집안을 다 말아먹는 사태로 번지게 될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경우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세상에는 그럴듯한 겉모양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썩지 않는 곳이 없고 곪지 않는 데가 없다.
일신의 영달과 보신만을 생각하는 자들이 행세하는 이 세상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본처의 우직스러움은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옮긴이
만년설의 하얀 샘물
설천올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 | 아주 중요한 문서입니다 (펌) | 서용덕 | 2012.02.12 | 221 |
51 | 문학이 죽는 2가지 이유 | 서용덕 | 2014.10.01 | 233 |
50 | 임헌영 평론가 | 서용덕 | 2008.01.03 | 251 |
49 | 위대한 문호와 시인들은 시와 시인을 이렇게 말했다 | 서용덕 | 2014.03.15 | 251 |
48 | 왜 작가가 되었는가? | 서용덕 | 2008.01.22 | 320 |
47 |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성난 문인들 | 서용덕 | 2010.02.21 | 327 |
46 | 語言無味 책을 읽지 않으면 / 이훈범 | 서용덕 | 2011.03.08 | 331 |
45 | 홍문표 시인(평론가)님 강의록 (문학캠프 2011년) | 서용덕 | 2011.09.12 | 333 |
44 | (펌) 글쓰기 충고 | 서용덕 | 2010.02.21 | 337 |
43 | 옮긴 글 (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고 ) | 서용덕 | 2011.03.08 | 360 |
42 | 유안진 시인이 본 서용덕 작품 <영안실의 온도> | 서용덕 | 2013.06.05 | 392 |
41 | 문인들은 왜 저항의 펜을 | 서용덕 | 2010.02.27 | 395 |
40 | 소란 강옥희 시인 시집 아포리즘(한국 대전) | 나은 | 2007.12.07 | 402 |
39 | (펌) 사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가? | 서용덕 | 2010.08.01 | 402 |
38 | 등단하는 사람들 (한국일보 정숙희 기자) | 서용덕 | 2008.01.22 | 426 |
37 | Albert Einstein [미국 물리학자, 1879-1955] | 서용덕 | 2011.03.29 | 439 |
36 | 고 김용팔 선생님을 애도하며 | 서용덕 | 2008.02.05 | 444 |
35 | 어른들이 모르는 10대들의 단어 | 서용덕 | 2010.05.17 | 454 |
34 | 한국에서 권위있는 문학상 | 서용덕 | 2008.01.02 | 462 |
» | 아첨의 비결 / 정민 | 서용덕 | 2008.06.12 | 4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