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도 가끔은,
2008.03.07 06:37
부부사이에도 가끔은
지우개가 필요할 것 같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한걸음씩 에둘러 오면서
넘어져 아파 울어도 보고
그 길이 아니라면서 저혼자 돌아 서 가버리는
참담함에
가슴에 앙금이 쌓인 30여년
세월의 무게
켜켜이 모아진 것들을 물로 쓸어 내리 듯
가끔은 지우개로 싹싹 지워 봤으면
어느날 빨래를 개키다가
유독 등짝만 한 구멍이 숭숭난 남편속옷을 보고
지난날 한으로 지새웠던
분노들이
지우개로 지워지는 것을 보았다
묵묵히 온갖 바람을 가슴으로 저항하며
그자리에 늘 그렇게 서 있는 나무,
한그루 나무
기계에 짓눌려
살갗같은 속옷이
짓뭉개지는 것도 모른 채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나무가 되었던 것을
지나간 울림은 지워야겠다
물같이 지워야겠다
이 숭숭 뚫어진 속옷이
지우개로 변하여
황망스레 눈물을 지우고 있다.
장 정자
지우개가 필요할 것 같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한걸음씩 에둘러 오면서
넘어져 아파 울어도 보고
그 길이 아니라면서 저혼자 돌아 서 가버리는
참담함에
가슴에 앙금이 쌓인 30여년
세월의 무게
켜켜이 모아진 것들을 물로 쓸어 내리 듯
가끔은 지우개로 싹싹 지워 봤으면
어느날 빨래를 개키다가
유독 등짝만 한 구멍이 숭숭난 남편속옷을 보고
지난날 한으로 지새웠던
분노들이
지우개로 지워지는 것을 보았다
묵묵히 온갖 바람을 가슴으로 저항하며
그자리에 늘 그렇게 서 있는 나무,
한그루 나무
기계에 짓눌려
살갗같은 속옷이
짓뭉개지는 것도 모른 채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나무가 되었던 것을
지나간 울림은 지워야겠다
물같이 지워야겠다
이 숭숭 뚫어진 속옷이
지우개로 변하여
황망스레 눈물을 지우고 있다.
장 정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6 | 시/힘들어 울면 | 장정자 | 2018.11.15 | 56 |
145 | 시/자카란다여! | 장정자 | 2018.11.15 | 99 |
144 | 계절 앞에서 | 장정자 | 2011.10.12 | 276 |
143 | 오월아! 오월아! 푸르른 오월아! | 장정자 | 2012.05.03 | 283 |
142 | 이별 | 장정자 | 2012.01.22 | 286 |
141 | 봐 봐! | 장정자 | 2012.03.08 | 292 |
140 | 친구야, 친구야 | 장정자 | 2012.04.12 | 299 |
» | 부부도 가끔은, | 장정자 | 2008.03.07 | 305 |
138 | 안되니까 골프다 | 장정자 | 2011.09.29 | 305 |
137 | 어머! 이런 일이 | 장정자 | 2008.06.18 | 306 |
136 | 떠나지 않는 미열같이 | 장정자 | 2008.06.17 | 307 |
135 | 반갑다! 접시꽃 | 장정자 | 2011.08.08 | 307 |
134 | 분재 | 장정자 | 2007.09.21 | 312 |
133 | 어떤 사람 | 장정자 | 2011.09.14 | 312 |
132 | 끝자락의 미학 | 장정자 | 2007.09.21 | 313 |
131 | 이슬이 내는 소리 | 장정자 | 2007.09.29 | 314 |
130 | 나의 기도 | 장정자 | 2008.03.13 | 315 |
129 | 정녕 가려는가? | 장정자 | 2011.10.27 | 315 |
128 | 선물교환 | 장정자 | 2011.12.26 | 316 |
127 | 부부 | 장정자 | 2007.09.28 | 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