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참새
2008.06.21 01:21
우리집 앞뜰에 무리지어
흰꽃 피더니
어느새 꽃이 변하여 열매가 되었다
서너해 전에 지금은 돌아가신
피붙이같이 사랑하던 분이 남기고 간
눈물의 나무다
그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묵묵히 서 있어도 바람이 되어준
고즈넉함이 살갑다
옹이로 아름드리 고목같이 돼버린 나무에
살구가 열렸다
탐스러이 많이도 메달렸다
기어이 참새라는 놈이
빨갛게 익은 것만
용케도 알고 싹싹 잘라 먹었다
손녀가 왔기에 참새 먹기전에
얼른 따다 주었더니
꼭 참새같이
익은 부분만 싹둑 잘라 먹는다
말도 잘 여물지 못한 손녀가
말을 못하는 참새의 입과 다를게 없다
똑같은 생명이
기어코 맛있는 것만 골라 먹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냥 참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도 나가봤더니
새벽에 서리를 훑고 간 참새들이 먹고 버린 살구조각들
땅에서 주어 올려
싹싹 닦아 먹으면서
네가 주인이고
나는 나그네다 하고
웃었다.
장 정자
흰꽃 피더니
어느새 꽃이 변하여 열매가 되었다
서너해 전에 지금은 돌아가신
피붙이같이 사랑하던 분이 남기고 간
눈물의 나무다
그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묵묵히 서 있어도 바람이 되어준
고즈넉함이 살갑다
옹이로 아름드리 고목같이 돼버린 나무에
살구가 열렸다
탐스러이 많이도 메달렸다
기어이 참새라는 놈이
빨갛게 익은 것만
용케도 알고 싹싹 잘라 먹었다
손녀가 왔기에 참새 먹기전에
얼른 따다 주었더니
꼭 참새같이
익은 부분만 싹둑 잘라 먹는다
말도 잘 여물지 못한 손녀가
말을 못하는 참새의 입과 다를게 없다
똑같은 생명이
기어코 맛있는 것만 골라 먹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냥 참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도 나가봤더니
새벽에 서리를 훑고 간 참새들이 먹고 버린 살구조각들
땅에서 주어 올려
싹싹 닦아 먹으면서
네가 주인이고
나는 나그네다 하고
웃었다.
장 정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6 | 패자 부활전 | 장정자 | 2008.08.16 | 408 |
65 | 가장 가까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 장정자 | 2008.08.12 | 463 |
64 | 노을 | 장정자 | 2008.08.12 | 385 |
63 | 외로운 꽃 앞에서 | 장정자 | 2008.08.12 | 403 |
62 | 이래저래 한 세상 살아가다 보면 | 장정자 | 2008.08.06 | 431 |
61 | 무화과 나무 | 장정자 | 2008.08.06 | 454 |
60 | 다시 부르는 노래 | 장정자 | 2008.07.16 | 428 |
59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하루 | 장정자 | 2008.07.15 | 421 |
58 | 산다는 것은 | 장정자 | 2008.07.12 | 383 |
» | 손녀와 참새 | 장정자 | 2008.06.21 | 464 |
56 | 빛의 찬가 | 장정자 | 2008.06.20 | 376 |
55 | 어머! 이런 일이 | 장정자 | 2008.06.18 | 306 |
54 | 떠나지 않는 미열같이 | 장정자 | 2008.06.17 | 307 |
53 | 눈물로 쓴 편지 | 장정자 | 2008.06.02 | 331 |
52 | 그럼, 나는? | 장정자 | 2008.05.23 | 409 |
51 | 아! 우리 며느리 | 장정자 | 2008.05.20 | 657 |
50 | 시린 5월 | 장정자 | 2008.05.16 | 366 |
49 | 어느 곡예사의 옹이 | 장정자 | 2008.05.05 | 347 |
48 | 천원 애가 | 장정자 | 2008.05.05 | 359 |
47 | 엄마가 시인이었다면 | 장정자 | 2008.05.05 | 3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