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부부

2009.01.22 05:28

장정자 조회 수:431 추천:58

한  30년 이상을  살다보니
부부가  아니라  나그네같이  낯  설  때가  있다
편협된  사고에서  벗어나
욕망의  잔영도  벗어  던지고
이제  35년이라는  길고도  혹독한  삶의  무게까지   얹어져
예까지  와보니
해체  되어진  모든  존재의  본질도  해방된  것인지
동굴  속마냥  어둡고  아득하다
그  많던  꿈은  다  어디로  가고
꽃  한  송이에도  감격했던  정성은  없어졌다  해도
아릿한  달빛도  보듬고  싶었던  엷은  향수도
이젠  먼  얘기가  되었다
박터지게  싸우고
무던히도  미워  씩씩대던  열정도  온데간데  없이
돌아누운  등덜미가  
시리고  아프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온갖  고민  다  털어  놓아도  흉이  되지  않을  언저리에
평화롭고도  외로운  부부라는  이름은
이제  속도에  몸을  싣고  가는  것보다
달구지  타고  가  듯
처처에  피고  지는  들꽃도  바라보고
달  빛  뿌옇게  흩어지는  너머로  
그  위에  떠  오를  태양을  보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농익은
낮은  산등성이  봉우리에
자족하는  것까지  
낯선  풍경으로

엇박자  이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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