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친구야

2012.04.12 08:16

장정자 조회 수:299 추천:18

우주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진
친구야
일흔살  언저리에  서서
구비구비  돌아온  인생길을
내려  보다가
지나온  세월이  주름속에  갇혔구나

북풍한설  버겁게  지나온  골짜기마다
서러운  눈물바람  주체할  수  없어
수분이  빠져  나간  주름  투성이  몸짓은
스르르  
만져  보는 그  눈빛으로도
애잔함이  젖었구나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고
목덜미와  손은  어느새  거뭇거뭇  
한바탕  쓰나미가  건너간  듯
듬성듬성  파였고
가뭄이  된  피부는 고랑을  이루고
시절은  거꾸로  가는지
소녀쩍  그대로인  마음은
데스칸소  가든의  흐드러진  라일락에
세월을  잊기로  했는지
동백꽃  조롱조롱  봉오리를  보다가
우리도  저럴때가  있었다고  
까르르  웃을  땐  
몸도  울더구나

여기서  인생을  말하지는  말자

어쩌면  배신  당하지  않고
누구에겐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본전은  하고  가는  삶이지  않겠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는
말도  하지  말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  있으랴만
하찮은  것에도  의미가  있어서
바로  그것이  우주가  되고
마음의  뜨락이  세워지지  않던가
나이의  둘레에서
차차  석양의  지는  쪽을  바라보다가
언젠가  우리도  말없이  
스러지는  날
끝자락의   한  켠에  서서
지난  세월이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기로  하자
거스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싶으나
모자란  것  투성이라
추스릴  틈도  없이
이별  앞에
항상  기도로  길을  내어  보자고

우주보다  더  큰  마음으로  그렇게  하자고
창조주  앞에  두손  모으고  그렇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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