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셨군요.

2006.09.07 13:11

최영숙 조회 수:299 추천:11

박목사님까지 오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셨다니 부럽습니다.
아주 살러 오신다고요?
선배님, 여러가지로 반가우셨겠어요.
저는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습니다.
이곳 치아파스는 과테말라 국경과 인접해 있는 곳으로 전에는 반군들이 출몰하는 지역이었어요.
여기에 평신도 자비량 선교팀들이 모여서 마야인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정글이나 산골마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현재 31명의 학생들이 기숙하고 있는데
홈 스쿨링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모두 비용을 스스로 충당하고 있구요, 학생들은 전액 장학생들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허가를 얻어서 이번 8월에 오픈 했습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느라고 아마 소설 쓰기는 당분간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영글어 지는 날, 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은 해발 1800미터라고 합니다.
어느 때는 구름이 멀리 내려다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남편은 현지선교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현지 목사님들과
마을 개척을 나가고 정기적으로 그곳을 방문해서 저들의 필요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먹여 살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쑥쓰럽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내지 않고 일하시는 귀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파견되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화장실 청소에서부터 주방일, 설거지, 창고 정리, 한국어도 두사람 가르치고. 동네 강아지 밥 먹이고. 남편일 타이프해서 정리하고. 장보기. 학생들 침대 시트도 빨고 재봉일도 합니다. 대단하지요?
저도 제가 이렇게 다양하게 쓰임을 받을 줄 정말 몰랐어요.
그동안 인생 살면서 해 본 일들이 이곳에서 다 필요해요.
그리고 현지 마을에 나가면 머리를 깎아 주는 사역에도 참여합니다.
제 손가락을 대신 베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이 노리는 대단한
인기 종목입니다.
센터에서 소나 돼지를 잡아서 잔치를 벌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때는 식칼을 들어 뼈를 발라내고 간과 염통을 분리하고 조각낸 머리통은 삶기도하고.....선교지에 와서 별일을 다하지요? 얼마전에는 가위로 닭발의 발톱을 잘라내다가 울 뻔 했어요. 엄지 발톱이 갓난애기 발톱 같아서요. 그걸로 다른 분이 닭발 구이를 해서 접시에 담아 놓았는데 전 한 개도 못먹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야외 파고다에서 드리는 새벽 기도입니다.
부엉새가 우는 숲을 마주보고 앉아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리내어 드리는 기도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도전 받아 동참하고 있습니다만 바람소리에 놀랄 때도 있고
마른 번개에 놀랄 때도 있지요.  
우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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