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바다에선 물고기들이
낚시에 걸려 끌려오른다

공항에선 비행기가 퍼렇게 질린 불빛을 토하며
보이지 않는 줄에 걸려
자꾸자꾸 끌려오른다

물고기들은 큰 바다를 빈 방 삼아
풍경 만들기에 한가할 때가 없다

방은 아무리 커도 허전하지 않다
장식가에게 방은 아무리 커도
아름다움을 꾸미기에 벅차지 않다

그래서 미물인 개미들 조차도 한가할 때가 없는 걸까
많이 가진 자일수록 더 가지려고
더 큰 세력을 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까

물고기들은 바다를 빈 방 삼아
풍경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가
낚시에 걸려 아름답게
아름답게 끌려오르고

공항에선 비행기들이
보이지 않는 줄에 걸려
자꾸자꾸 끌려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