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증

2002.12.10 09:05

이성열 조회 수:267 추천:31

이성열

뒤웅박 하나로 갈증을 풀어주던 샘물가는
이제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 한 잔을 마시고도 그 플라스틱
빈 병 하나를 쓰레기로 남긴다

서류 한 장을 찍어내기 위하여 미친여자가
침을 뱉듯 수 장을 버리는 컴퓨터 인쇄기

기사 하나 때문에 몇 마장을 돌아가는 윤전기
쏟아지는 종이, 쓰러지는 나무, 쌓이는 쓰레기

미처 사용치 못한 채 버려지는 음식, 수퍼마켓으로
다시 달려가는 탱크 같은 승용차, 그 검은 연기

여기저기 감염되는 땅의 종양, 쓰레기 하치장
더러운 건 생명의 배설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불감증 환자, 너무 흔하고 널부러져
보물 보화도 없고, 배부름도 못 느끼는, 그래서

채울 수 없는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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