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바로 시인이란 걸 알았다

2004.03.14 01:19

이성열 조회 수:270 추천:28

내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수도 없이 동전을
주차계기에 집어 넣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나는 그에게 물었다
"6시 이후엔 돈을 넣지 않아도 되지 않소?
계시판에 그렇게 써 있는데..."
"당신 말이 맞을 거요...나는 계시판을
읽어 보지 않았으니까......"

시 낭송이 진행될 때
나는 그가 바로 시인이란 걸 알았다
시에 비해 그의 낭송솜씨는
투박하고 어눌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원고를 들고 있는 손은
떨리다 못해 몹시 흔들렸다
누가 보아도 그 서투름은
전문가 답지 않았다

얼마 후 시 낭송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 갔을 때
나는 그도 사람들과 함께
돌아 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너무 긴장해서 그의 소지품조차도

모두 마루에 남겨 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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