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김치, 그런 건 없나?

2004.03.17 12:37

이성열 조회 수:380 추천:53

나는 김치를 먹지 않아도 된다
외국에서 몇 십 년을 살았으니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까짓 입맛 정도야 못 다스리겠나

언젠가 시를 쓰는 이곳 서양 사람들
그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들처럼 빵을 먹고, 쓰고, 읽고 흉내를 내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 될수록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익숙해지기도 하련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맛이 없고
안 써지고, 안 들리고, 용해되지 않는
모래같은 각질로 남아 있는 그 무언가를

몸으로 싸안고 돌아 왔다. 집에서 식사로
간단하게 토스트에 잼을 발라 먹으며
어떤 아쉬움과 함께, 옛날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삼립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빵을 먹어도 요기는 돼, 김치와 함께라면..."
그래. 뭐 그런 건 없나? 이곳에서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할 때도
아쉬운대로 의사가 잘 소통되는, 뭐, 김치 같은 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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