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호 화성 착륙을 보고-
나는 원래 화성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곳에 대단히 친숙하다
내 어릴 때 마른 황토
고구마 밭에는
흉년으로 굼주린 들쥐들이
땅에 코를 박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우주의 신비란 이렇듯
붉은 별 화성이란 곳도
이미 별 천지가 아니다
내 고향 땅이나 진배 없는 곳
아니, 어딜 가나 우주의 원료는
흙과 돌맹이

어느듯 나는 혼자 중얼거려 본다
태양이 좀 더 뜨거웠을 때 그래서
지구에는 아무도 살 수 없었을 때
그곳에도 생명은 있었을 것이야
호수도 있었고 바다도 있었을 것이야

이제 황토만 남아 있는 고구마 밭
아슴하게 멀리서 먹이를 쫓는
빠른 속도의 야생 동물 한 마리가
흙먼지를 내며 치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