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의 절규

2005.07.24 00:20

이성열 조회 수:537 추천:41

신새벽 출근길에 빈 술병 하나가
주정꾼처럼 길가에 벌렁 자빠져 있다
표면엔 주체 못 할 식은땀을 흘리며
풀어헤친 몸은 몸대로, 모자는 모자대로

주정꾼이 의식으로부터 버림을 당하듯
술병은 채운 액을 비워내 줌으로
더는 쓰일 곳 없이 버림을 당하고 있다

술꾼은 의식이 다시 돌아올 때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지만
네온불 아래서의 화려했던 자신을
다 내어준 술병은 갈 곳도 없이
벼락같은 종말이 기다린다

혹시 페품 수집에 걸려 재생의 꿈
꾸어 보지만 구원의 기회란
그런 행복한 우연이란 흔치 않다
차라리 부주의한 차의 바뀌에 밟혀
박살이 나고 끝장이 난다면......

아! 죄가 있다면 육신을 다 비우고
내어준 죄뿐-
고로 어서 이 길도 깨끗이 비워주고 싶다
오라! 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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