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앉아 있다

2005.09.11 09:57

이성열 조회 수:373 추천:51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무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서 있는 것들은 늘 떠날 채비가
되어 있지만 나무는
아무런 채비도 하지 않는다.
떠나지 않을 뿐 아니라
뭉개고 앉아 아예 뿌리 박고
발 밑에 자식새끼 낳아 기르며 정착한다.
하늘에 대고 늘 떠나지 않게 해 달라고
팔을 모아 기도한다.

언제고 새들이 오면 자신도
떠나지 않으니 머물다 가라고 붙잡는다.
온갖 생명들을 불러
집터를 제공하며 같이 살자고 한다.
바람이 와서 짓궂게 떠밀어도 와-와-
소리내며 힘을 모아 버티고 또 버틴다.
나무에게 슬픔이 있다면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지고  
그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넘어져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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