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만들기

2007.12.23 05:13

이성열 조회 수:413 추천:47

산행길에 오른다
산 밑에 차를 세워놓고 약도를 펴
오르게 될 산 길을 점검한다
차근차근 걷기 시작한다
산 자락을 지나
중턱에 다다르니 숨이 턱에 차 오른다
가도 가도 앞을 가로 막는 안개
역경 무릅쓰고 뚫었다 싶었더니
아래로 쫘악 깔려 있는 운해
눈 앞에 펼쳐 있을 시가지 건물들이
쓰레기 더미처럼 바다에 다 덮혀 버리고
간혹 높게 해면을 뚫고 나온 산 봉우리들이
섬이 되어 한가로이 졸고 있다
나는 그 침묵의 바다에다 쪽 배를 뛰운다
잠시 주저하다가 쪽 배를 타고
정처 없이 유랑 길을 떠난다
아래에서 간혹 나를 본 사람들이
재림하는 예수를 보듯 우러른다
나는 갑자기 죄책감으로 황급히
뱃머리를 돌린다 그리곤 다시
산자락을 밟고 세상으로 내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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