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2007.11.18 01:14

이성열 조회 수:419 추천:37

대추 하나 입에 물고 십리 길을 간다는 말이
예전엔 좀 허세가 심하다 싶었지만
요즘 같은 스피드 시대엔
아주 심한 과장도 아니지

동쪽 사람 살던 집을 물려받은
백인 친구가 뒤란 가득 열린 대추를
한 자루 따 들고 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깨끗이 씻어서 나누어 먹었더니
작은 사과 맛이 난다고... 그런가?

이들은 먹어보질 않아 그 맛 모르고,
난 늘 먹어보고서도 그 맛 모르고...
하긴 대추 하나에도 우주가 담겼을테니
그 진정한 맛 헤아리기 쉽지 않을 터

그렇잖아도 탐욕으로 그득한 뱃속
맛도 모르며 자꾸만 먹어
채우기 급급하지 말기
은근한 대추 맛 그 모양새 작다 해도
배만 부르고 실속 없는 과일보다야
열 배 스무 배 쓸모 있는 걸 안다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빨래 이성열 2008.11.06 551
75 Tinnitus(이명) 이성열 2008.11.03 699
74 Soong-Nyung/Rice Tea 이성열 2008.10.26 483
73 Choosing My Poem 이성열 2008.10.26 541
72 누가 아나, 혹시? 이성열 2008.10.14 496
71 어떤 은혜 이성열 2008.09.19 503
70 떨어지는 별 이성열 2008.09.03 510
69 벼룩 이성열 2008.08.31 501
68 착각 찬란 이성열 2008.08.31 419
67 춘정 이성열 2008.07.20 334
66 뒤꿈치 이성열 2008.04.15 402
65 생명 있는 것치고 누군들... 이성열 2008.03.29 320
64 악어새 이성열 2008.03.15 393
63 하산 이성열 2008.01.27 417
62 나이 이성열 2008.01.01 9755
61 시 만들기 이성열 2007.12.23 413
» 대추 이성열 2007.11.18 419
59 최장로의 죽음 이성열 2007.10.20 1274
58 나뭇잎의 임종 이성열 2007.09.30 435
57 절벽 이성열 2007.09.30 363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4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