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있는 것치고 누군들...

2008.03.29 04:07

이성열 조회 수:320 추천:31

생명 있는 것치고 어느 누군들
살아내기 버겁지 않은 것 있으랴

먹이감으로 자신들의 생이
마감되는 줄 알면서도
얼룩말들은
맹수들이 벌리는 살육판을
떠나지 않으려 하나니

백수의 왕도 가뭄이면
텅빈 들판에서 어슬렁대는
죽음의 사자만을 만날 뿐

영양들은 옆에 권속들이
악어가 놓은 덫에 끌려가도
망연히 처다볼 뿐 도망은 커녕
남은 갈증 풀기에 서두름이 없다
수련으로 살아내는 선승처럼
수련없이도 한 평생 살기
힘들다는 헛된 푸념 하지 않는다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고 말하듯
과연 죽음도 삶의 일부라 여기는 걸까?

제 몸 밖에는 가진 게 없어
저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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