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나, 혹시?

2008.10.14 09:20

이성열 조회 수:496 추천:66

달이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이 있는 줄 알았다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던
어린 시절에는

주로 내 소원은 귀동냥으로 들은
어른들의 것과 같았다
난리 통에 잃어버린
가족들이 돌아오게 해 달라는

달은 매양 보기에도 술 취한
좋은 이웃 아저씨를 닮았었다
그는 저 높이 떠서
이쪽에서 소원 비는
나를 볼 수 있고
어디엔가 없어진 가족까지도
닿을 수 있으므로
중재자로서 소식이라도
전해 줄 수 있거니 믿었다

모든 게 터무니없는
미신이란 걸 안 지금에도
둥근달만 보면
잊었던 소원이라도 빌어 보고
싶은 건 웬일일까?

밤은 늘상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새벽 보행 때나 되어야
나는 비로소 둥근 달을 쳐다 볼 수 있다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는
절대자도 조용한 새벽에
달 모래밭에 나와 거닐며 내 소원을
듣고 있을지 누가 아나, 혹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하와이, 하나우나 베이 이성열 2003.05.01 650
95 인상깊은 연출 [1] 이성열 2016.09.12 623
94 시지프스의 외침 이성열 2008.12.25 618
93 극장에서 이성열 2009.01.03 591
92 무덥고 긴 여름 밤 이성열 2006.09.21 565
91 예스 그리고 노우 이성열 2007.09.23 559
90 빨래 이성열 2008.11.06 551
89 미끼 이성열 2008.11.25 541
88 Choosing My Poem 이성열 2008.10.26 541
87 빈 술병의 절규 이성열 2005.07.24 537
86 어떤 호의 이성열 2004.10.28 537
85 호떡 이성열 2008.12.03 529
84 고물차 이성열 2008.11.14 528
83 떨어지는 별 이성열 2008.09.03 510
82 어떤 은혜 이성열 2008.09.19 503
81 벼룩 이성열 2008.08.31 501
80 보리 고개 이성열 2004.04.14 498
» 누가 아나, 혹시? 이성열 2008.10.14 496
78 Soong-Nyung/Rice Tea 이성열 2008.10.26 483
77 새의 교훈 이성열 2007.07.22 46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4
전체:
4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