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차

2008.11.14 03:25

이성열 조회 수:528 추천:73

고물차 한 대 나무 그늘에 졸고 있다
임자도 없는 듯 낡은 페인트
몇 날 몇 밤을 그렇게 서 있다
일흔은 되었을까? 사람 나이로 치면
차는 사람의 몰꼴을 너무도 닮았다
그 유전자라도 가지고 생겨난 듯
두 눈을 닮은 헤드라이트를 보라
심장을 닮은 모터, 사지를 닮은
바퀴, 먹어야 움직이는 것,
늙는 것도 닮았다

찾는 이도, 기력도 없이 비몽사몽
다 빠진 터럭처럼 벗겨진 페인트
몇 개 떨어져 구르는 가랑잎
하지만 깨어나라 그래서
단 돈 몇 푼에라도 팔려라
디트로이트 한 공장의 뜨거운
용광로로 들어가 시뻘건 쇳물로 녹아
사람도 할 수 없는
새 심장을 하나 다시 달고
도시로 살아 돌아 와서 보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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