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외침

2008.12.25 03:54

이성열 조회 수:618 추천:70

새벽의 산행 길엔
아이들이나 젊은이는 없다
죽음 행진의 예행 연습이 듯
식어진 피를 뎁히기 위한
노인들의 숨 가쁘고 가파른 행진
미명을 더듬으며 그저 묵묵히
오르기 위하여 그들은 모인다 그리고
비탈길을 상대로 고통을 견딘다

어느 날 새벽 나는
큰 바위를 굴리며 정상을 향하는
늙은 시지프스를 만났다
그는 다시 한 번 누군가를 속여 볼
요량으로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달고
막혀 버린 핏줄을 뚫고 피를 돌려
배정 받은 생명을 연장키 위해
그 날도 끝없는 고역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기어 올라
동쪽에 떠 오르는 태양을 향해
바위를 정상에 올려 놓았노라고,
이제는 고역을 할 만큼 했노라고
고래고래 외쳐 보지만
갈 길 바쁜 태양은 듣는둥 마는둥
싱글싱글거리며 말갛게
제 얼굴만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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