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
2013.01.24 10:56
망향(望鄕)
1.
해질녘
점점한 야광이
유리창에 흩뿌려지면
나는 불현듯
먼지 낀 캔버스를 털어내고
도화지 한 장을 끼워 넣는다
눈을 감으면
삼삼히 떠오르는
어린 날의 기억들
붓 대롱 지나
붓 끝을 거치며
마치
단원의 그림처럼
되살아난다
2.
들 복판에 우뚝 선
아름들이 정자나무
아지매들 똬리 위의
새참 광주리
훔치 듯 보자기를 젖히면
노릿한 쌈 된장
싱싱한 풋고추
탁배기 한 사발에
들판 가로질러
육자배기 퍼지고
정자 그늘에 둘러앉은
아재비들 입맛 다시는 소리
타작마당
도리께 소리만치나 요란타
3.
도랑 치던 아이 놈들
목 젖이
한발이나 빠졌다
옛다 여깃다!
차마 내치지 못하는
아줌씨들 인정이라
부침개 한 조각에
아이들 목젖이
꿀럭 꿀럭
들바람 쏴아 샤
움머이~
엄마 찾는 송아지 울음에
정자나무 이파리들이
비늘처럼 번득인다
4.
밤이 더 깊어
창 너머 어둠이
면경(面鏡)으로 바뀌면
별처럼 꿈처럼
떠오르는
아지매 아재비의 얼굴들
고향집
큰 마루에선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아그야
어여와 저녁 묵어라아
나는
붓을 던지고
그날의
해거름 들녘이 그리워
문득
뜨거워진
눈시울을 훔친다.
1.
해질녘
점점한 야광이
유리창에 흩뿌려지면
나는 불현듯
먼지 낀 캔버스를 털어내고
도화지 한 장을 끼워 넣는다
눈을 감으면
삼삼히 떠오르는
어린 날의 기억들
붓 대롱 지나
붓 끝을 거치며
마치
단원의 그림처럼
되살아난다
2.
들 복판에 우뚝 선
아름들이 정자나무
아지매들 똬리 위의
새참 광주리
훔치 듯 보자기를 젖히면
노릿한 쌈 된장
싱싱한 풋고추
탁배기 한 사발에
들판 가로질러
육자배기 퍼지고
정자 그늘에 둘러앉은
아재비들 입맛 다시는 소리
타작마당
도리께 소리만치나 요란타
3.
도랑 치던 아이 놈들
목 젖이
한발이나 빠졌다
옛다 여깃다!
차마 내치지 못하는
아줌씨들 인정이라
부침개 한 조각에
아이들 목젖이
꿀럭 꿀럭
들바람 쏴아 샤
움머이~
엄마 찾는 송아지 울음에
정자나무 이파리들이
비늘처럼 번득인다
4.
밤이 더 깊어
창 너머 어둠이
면경(面鏡)으로 바뀌면
별처럼 꿈처럼
떠오르는
아지매 아재비의 얼굴들
고향집
큰 마루에선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아그야
어여와 저녁 묵어라아
나는
붓을 던지고
그날의
해거름 들녘이 그리워
문득
뜨거워진
눈시울을 훔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 | 행복이란 무엇일까? | sonyongsang | 2014.06.05 | 186 |
29 | '고령화'와 '고독사' | sonyongsang | 2013.07.23 | 188 |
28 | 손용상 에세이 서간집 소개 | sonyongsang | 2014.06.20 | 199 |
27 | ‘풍연심(風憐心)’ | son,yongsang | 2018.11.26 | 199 |
26 |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돌아본다 [7] | ysson0609 | 2016.09.18 | 208 |
» | 망향 | sonyongsang | 2013.01.24 | 215 |
24 | 코스모스 | sonyongsang | 2014.10.09 | 218 |
23 | 노년,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떠날 수 있어야 | sonyongsang | 2014.01.25 | 219 |
22 | 사모별곡 | sonyongsang | 2013.02.02 | 225 |
21 | 미주문학상 심사평 전문 | sonyongsang | 2013.08.07 | 232 |
20 | 축제일 소묘 | sonyongsang | 2012.09.04 | 253 |
19 | 베풀면 꼭 돌려 받습니다 | sonyongsang | 2013.11.10 | 256 |
18 |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 sonyongsang | 2012.10.19 | 261 |
17 | 야자나무를 바라보며 | sonyongsang | 2013.08.07 | 264 |
16 | 동시 2제 / 똘랑이의 벌 외 | sonyongsang | 2014.07.05 | 274 |
15 | 신간소개 | sonyongsang | 2012.06.30 | 291 |
14 | 나는 가끔 유령(幽靈)이 되고 싶다 | sonyongsang | 2014.05.09 | 312 |
13 | "빠담 빠담" | sonyongsang | 2013.10.12 | 326 |
12 | 손용상 4번째 장편 소개 | sonyongsang | 2013.06.08 | 334 |
11 | 어머니의 초상 | sonyongsang | 2012.09.29 | 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