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의 엽기적인 그녀

2003.12.30 07:02

이윤홍 조회 수:353 추천:21

새해 아침의 엽기적인 그녀


새해 아침 동도 트기 전에 그녀가 나를 불러냈습니다
파도가 질펀하게 울고 있는 구석바위 위에서 옷을 벗
어 던지더니 나도 벗으라는 거였습니다 쪼그라든 고
추를 두 손으로 가리고 엉거주춤거리자 한방 냅다 먹
이며 당당하게 서라는 거였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 알
게 모르게 들은 주누과 비굴 비애와 남루는 다 벗어
버리고 자기 남자답게 새해를 대하라는 거였습니다
사랑도 발가벗고 달라붙어 오지게 쟁취하라는 거 였
습니다

악쓰는 그녀 목소리가 파도소리인지 고래 울음소리
인지 분명치 않은데 자꾸만 바다가 가슴을 치고 올
라와 와락 그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균형 잃은 파도
가 후려치는 바람에 우리는 부둥켜안은 채로 이제
막 불끈 솟고있는 붉은 해 속으로 떨어져 버렸습니
다 배 터지도록 해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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