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밤이

2004.01.10 05:20

이윤홍 조회 수:464 추천:31

깊고 푸른 밤이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어깨에다 머리를 기댄 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그녀의 향기로운 머리채 보다 더 아스라이 다가서는
초저녁이었지요
사실은 고요도 익을대로 익어 저 큰 나무 나뭇잎 하나 손놓는
소리였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무릎에 머리를 누인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그녀의 맑은 눈 속으로 이제 막 떠오른 별
하나였지요
사실은 서늘한 남서녘하늘 아미에 걸려있는 흰 조각구름
하나였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선건 그녀였는데
사실은 수묵처럼 풀어지는 풍경이었지요
사실은 깊어가는 어둠속에서 그녀가 지핀 불이었지요

우리는 그렇게 앉아있었는데요
깊고 푸른 밤이 밤새도록 우리를 지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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