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두 마리, 저 한 마리
2006.10.03 14:21
새 두 마리, 저 한 마리
연 아흐래 내리고 있는 비로 하늘이 지워졌다
그 옛날
누군가가 토기에 새기던 빗살무늬를
오늘 저녁 빗줄기가
물먹어 풀어진 풍경위에 굵고 가는 사선(斜線)으로
음각(陰刻)하고 있다
그 사이로 새 두 마리가 날아간다
땅 끝까지 축- 처진 허공을 밀고 나가기가 힘든지
물 속의 내 그림자보다 더 낮게 천천히 날아간다
어둠은 제 시간보다 먼저 사위(四圍)를 덮어오는데
그들의 보금자리는 어디 쯤 있는 것일까
온 길 보다 갈 길이 먼 듯한 저 날개짓
문득 당신을 본다
당신의 아주 작은 허전함조차
채워주지 못하고 지나온 우리의 긴 세월을
그 때문에 오히려 이렇듯 가볍게 여기까지 왔노라고
미소짓던 당신
그 미소의 뒤안에서 쌓이고 쌓이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당신은 얼마나 많은 날을 가슴속에 묻고 또 묻었을까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고
나란히 날고있는
전생(前生)에서 얻은 날개 뚝- 떼어놓고
한 날개 한 몸으로 날고있는 당신을 본다
빗살무늬 사이의 새 두 마리, 저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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