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2006.11.15 06:37
귀걸이
이십 오년 만이다
아내는 달랑달랑하는 귀걸이가 부러운 모양이다
그런 귀거릴하고 동창회에 가고 싶은 모양이다
아내에게 귀걸이 사줄 돈이 없는 나는 밤새도록
허하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무건 맘 누르지 못해
책상머리에 나와 앉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귀걸이에 대한 시詩를 써서 아내를 위로해주는 일
"아내의 귀에 귀걸이를 달아준다" 라고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쓴다
"아내의 귀에 달랑달랑하는 귀걸이를 달아준다" 라고
쓰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나는 다시 고쳐 쓴다
"아내의 예쁜 귀에 달린 시인의 눈물은 반짝 거린다
별보다 더 반짝 거린다"
얼른 다 지우고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가릉가릉 코고는 아내의 귓볼을 가만히 부드러이 만지작
거리다가 그녀 귀에 내 귀를 대본다
아내 귀 속에 들어있는 저 들릴 듯 말 듯한 맘 간지런 소리
몰래 살그머니 파내려다 그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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