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2006.11.15 06:37

이윤홍 조회 수:319 추천:15




        귀걸이



        이십 오년 만이다
        아내는 달랑달랑하는 귀걸이가 부러운 모양이다
        그런 귀거릴하고 동창회에 가고 싶은 모양이다
        아내에게 귀걸이 사줄 돈이 없는 나는 밤새도록
        허하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무건 맘 누르지 못해
        책상머리에 나와 앉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귀걸이에 대한 시詩를 써서 아내를 위로해주는 일


        "아내의 귀에 귀걸이를 달아준다" 라고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쓴다
        "아내의 귀에 달랑달랑하는 귀걸이를 달아준다" 라고
        쓰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나는 다시 고쳐 쓴다
        "아내의 예쁜 귀에 달린 시인의 눈물은 반짝 거린다
        별보다 더 반짝 거린다"


        얼른 다 지우고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가릉가릉 코고는 아내의 귓볼을 가만히 부드러이 만지작
        거리다가 그녀 귀에 내 귀를 대본다
        아내 귀 속에 들어있는 저 들릴 듯 말 듯한 맘 간지런 소리
        몰래 살그머니 파내려다 그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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