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그 깊은 그늘

2006.12.17 09:55

이윤홍 조회 수:178 추천:17

          노인, 그 깊은 그늘



          동그랗게 몸을 말자 그는 볼록렌즈가 되었다
          그를 통과한 햇살들이 한 점으로 모이고
          언제, 어디선가 한번은 맡아본 것 같은, 그러나  
          기억나지않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늘, 마켓 뒤 파킹랏 한 구석에 앉아 하루 해를 온 몸으로 받던 노인
          일조량日照量이 풍부한 날이면 햇빛 쨍쨍한 한 낮에도
          그의 등 뒤론 푸른 인광燐光이 떠돌았고 술 동냥하러 잠시 비워 둔
          자리에는 꼭 그의 키만한 그늘이 자라고 있었다

          두 해를 지나와서도 하루종일, 노인은 제 그늘속에서 무엇을 태우고
          있었는지 그는 자꾸만 작아지고 무섭게 말라가고 있었다
          건드리면 그대로 폭삭- 한 줌 재가되어 스러질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늘속의 그늘이었다  

          2 월인데도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날,
          노인은 제 귀 빠진날이라고 웃었다
          웃으며 1.75리터 180도 화주火酒를 사들고 나갔다
          나가며, 꼭 갔다 올 곳이 있다고
          다시 올 때 자기를 알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또 웃었다

          집으로 가는 길, 그의 빈 자리를 지나갔다
          지나가다  문득 바라본 그 자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노인의
          그늘에서, 나는 그만 그가 파놓은 광중壙中을 들여다 보았던 것인데
          저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곳으로 내리꽂히는 빛들이
          한 점으로 모이고 화르르 불꽂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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