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야외시장
2007.01.31 10:07
고물 야외시장
파장 무렵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려는 상인들의 차가
제 무게의 몆 십 배로 다시 쌓이는 잡동사니에 눌려
여기저기에서 가릉가릉 허파 끊어지는 소리들을 내고있다
동전 몇 잎으로 찾아낸 한나절 작은 행복이
저마다의 플라스틱 백 안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좌판 한쪽 구석에서 팔리지 않는 꿈을 팔고있는 아빠 대신
하루를 접고있는 열 대여섯 살 난 계집아이는
오가는 사내의 눈 속 깊이 사진을 박고 있다
파킹랏 두 자리에 제멋대로 쌓여있는 원서原書들 속에서
공동번역 성서 한 권이
낭랑한 모국어로 말씀을 봉독奉讀하고있다
장터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상인들도 떠나간 자리마다
폐비닐이랑 온갖 쓰레기들이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오가는 바람과 흥정을 하고 있다
그림자가 점점 엷어지는 사내 하나
그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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