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야외시장

2007.01.31 10:07

이윤홍 조회 수:190 추천:21




          고물 야외시장




          파장 무렵
          일찌감치 자리를 떠나려는 상인들의 차가
          제 무게의 몆 십 배로 다시 쌓이는 잡동사니에 눌려
          여기저기에서 가릉가릉 허파 끊어지는 소리들을 내고있다
          동전 몇 잎으로 찾아낸 한나절 작은 행복이
          저마다의 플라스틱 백 안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좌판 한쪽 구석에서 팔리지 않는 꿈을 팔고있는 아빠 대신
          하루를 접고있는 열 대여섯 살 난 계집아이는
          오가는 사내의 눈 속 깊이 사진을 박고 있다
          파킹랏 두 자리에 제멋대로 쌓여있는 원서原書들 속에서
          공동번역 성서 한 권이
          낭랑한 모국어로 말씀을 봉독奉讀하고있다

          장터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상인들도 떠나간 자리마다
          폐비닐이랑 온갖 쓰레기들이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오가는 바람과 흥정을 하고 있다
          그림자가 점점 엷어지는 사내 하나
          그 자리에 서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고물 야외시장 이윤홍 2007.01.31 190
61 경의선 이윤홍 2007.01.31 209
60 개만도 못한 하루 이윤홍 2007.01.31 181
59 가랑비 이윤홍 2007.01.31 153
58 이윤홍 2007.01.26 246
57 성당안의 장식용 모자이크 창문 이윤홍 2007.01.26 530
56 일월(一月), 그 큰 의미에 대하여 이윤홍 2007.01.15 277
55 여기있는 나는 마음이 없어 이윤홍 2007.01.08 255
54 똑바로 서라, 무신론자야 이윤홍 2007.01.08 251
53 이윤홍 2006.12.29 424
52 기도 이윤홍 2006.12.23 192
51 산아래 산다 이윤홍 2006.12.22 240
50 신비의 꽃 이윤홍 2006.12.22 209
49 벌 집 이윤홍 2006.12.21 481
48 산다고 하는것은 이윤홍 2006.12.20 261
47 목숨 이윤홍 2006.12.20 169
46 그녀를 따라 이윤홍 2006.12.20 157
45 꼬부라진 못 이윤홍 2006.12.20 207
44 잡초 이윤홍 2006.12.19 291
43 고해성사 - 등 두드려 주어라 - 이윤홍 2006.12.18 19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604,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