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발을 나에게 다오 - 성 목요일 -
2007.02.01 01:25
너의 발을 나에게 다오
- 성 목요일 -
아들아,
너의 발을 나에게 다오
먼 길을 걸어와 퉁퉁 부르트고 물집 잡힌 발
내일이면 또다시 떠나야하는 고단한 발
물이 없어
이 한 밤
이 사막 한 가운데 물이 없어
너의 발 씻길 수 없다면
나,
밤새워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로
너의 발 씻어주마
눈물조차 부족해 너의 발 씻길 수 없다면
내 펄펄 끊는 심장을 열어
쏟아지는 붉은 피로 너의 발을 씻어주마
이 천년을 걸어와
오늘도 무거운 십자가 짊어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나의 아들아
이 밤 지나면
너는 또 하나의 긴 어둔 밤을 지나가야 하느니
아들아,
찟어지고 피 흘리는 그 발을 나에게 다오
내 두 손 포근히 감싸안아
끝없는 사랑으로 너를 씻어주마
끝없는 위로로 너를 안아주마
아들아,
발이 닳아, 다 닳아
온 몸으로 걸어가는 나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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